재단은 제게 자긍심을 선물했어요
유난히도 하늘이 새파랗던 지난 6월 18일 국립중앙박물관 용 극장에 한국여성재단의 기부자 40여 명이 모였다. 재단이 소중한 기부자님들을 국악뮤지컬 진채선에 초청했고 이에 기부자님들께서 참석하시면서 만들어진 자리이다.
재단은 설립 이후 기부자들에게 자신들의 기부금이 어떻게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계간지, 뉴스레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꾸준하게 전해왔다. 하지만 기부자들과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 초청은 꼭 기부에 대한 감사 표시 차원이 아니라 기부자와 재단이 직접 만나는 기회를 늘려가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기회를 늘려가고 또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기부자 예우를 다하겠다는 재단 측의 적극적인 의사의 표시로 보였다.
그런데 국악뮤지컬? 적잖게 생소하다.
평소 뮤지컬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도 국악뮤지컬은 다소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재단이 기부자 감사 초청공연으로 선택한 국악뮤지컬 진채선에 대해 궁금해진 기자는 진채선을 제작한젊은 국악뮤지컬단체‘타루’의 문효원 기획팀장을 만나서 뮤지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진채선은 2010년에 발간된 이정규의 장편소설 「진채선」을 원작으로 한 창작 판소리 뮤지컬이다. 남자 소리꾼들의 전유물이었던 조선시대 소리의 세계에서 남다른 열정과 자질로 조선 최초 국창이 되는 성공을 이룬 명창 진채선(실존인물)의 인생과 그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대원군, 그리고 그녀의 스승 신재효, 세 사람의 이루지 못한 가슴 저린 사랑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진채선은 우리나라 최초 여류 명창이자 국창이 된 실존인물이에요. 시대를 앞서 간 여성이라 할 수 있죠.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많은 여성 리더와 선구자를 알고 있지만 정작 진채선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죠. 우리나라의 음악인 판소리,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시대를 앞서나갔던 진채선이라는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성이 비전을 실현하는데 앞장서 큰 몫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재단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죠.”
이런 타루 측의 진심이 전달되었던 것인지 재단에서 흔쾌히 기부자들을 초청하는 공연으로 진채선을 결정했고 기획사 측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객석나눔이 되었단다.
“앞서 가는 여성단체에 동행하고 계신 분들은 분명 저희 극을 관람하시고 느끼는 지점이 남다를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번에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하고 싶다는 기획사 타루 측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타루’야 말로 나눔에 앞장서는 따듯한 문화인들의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번 초청자리에 함께했던 재단의 가장 소중한 사람, 기부자를 만나볼 차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
위 격언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것인지. 모두가 절레절레 손사래를 치는 사이에서 기부자 한 분과 어렵사리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작년부터 재단의 만만클럽(만 명의 회원이 월 만원의 정기 기부를 통해 여성 단체들의 사업을 안정되게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발족 된 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오명주씨(국가인권위원회)는 문화공연 초청에 참여하는 것이 이번이 벌써 두 번째라고 대답했다.
지인의 소개로 재단을 알게 되었고 정기기부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한다.
재단에 기부자로 참여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한국여성재단을‘기적을 일으키는 착한 재단’이라고 칭하며 입을 열었다.
“재단은 제게 자긍심을 선물했어요. 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경제활동을 하는 한 여성으로서 살아오면서 저의 작은 목소리 하나로는 세상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해 왔어요. 그런데 나의 작은 기부가 여럿이 함께 모이다 보니 재단을 통해서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계간지, 뉴스레터 등을 통해 확인하고 나니 자긍심이 많이 높아지더라고요.“
기부란 많고 적음을 떠나 행위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하며, 기적을 일으키는 한국여성재단은 여성으로서 여전히 불평등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사는 자신에게‘보험’과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같은 여성을 위해 어떤 사업을 펼치고 있는지 꾸준히 전해주고, 앞으로도 더욱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기자에게 전했다.
공연이 끝난 후 오명주씨는 “사실 국악 뮤지컬(판소리 뮤지컬)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기부자분들에게도 많이 생소했을 거예요. 하지만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확실하게 깨주는 뮤지컬이었어요. 판소리는 한자가 많아서 잘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싶을 만큼 유쾌하고 재미있게 관람했어요.“라는 관람 소감을 밝혔다. 특히 주인공 채선과 그의 스승 신재효 그리고 문하생들이 함께 수양하기 위해 폭포수로 가는 길에 거닐며 노는 장면에서 여러 인물의 감정이 판소리로 예쁘게 표현 돼서 인상 깊었다고도 덧붙이며 재단과 오프라인을 통해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재단 측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온라인 사용이 어렵거나 지방에 거주하시는 기부자님들에게도 다가가는 다각적인 방법을 계속 모색 중이라고 밝혔으며, 기부자님들이야말로 재단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쑥스럽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땅의 모든 딸에게 희망을 전하는 한국여성재단이 앞으로도 더 발전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토요일 오후 기분 좋게 국립중앙박물관 용극장을 나섰다.
- 한국여성재단 W.C 기자단 장재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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