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여성의 날’기념행사 준비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분주하다. 활동가들의 야근불빛과 이어지는 자원봉사자들과 방문객의 발걸음에 뜰도 따라 분주하다.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계절을 탐색하던 상사화 새싹이 친구들을 불러내자 튤립도 따라 나왔다.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준비하며 봄을 느끼기에는 이른 추위에 올해는 새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상사화 새싹을 만나지 못 할 줄 알았는데 새삼 입춘절기의 정확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길고, 춥고, 무겁던 겨울의 끝자락과 봄이 만나는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38세계여성의 날의 기원
1908년 미국에서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행진이 시작 되었고, 이를 계기로 정당에 소속된 여성들이 1909년 2월 마지막 일요일에 여성선거권 획득을 위한 집회를 개최하여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1910년 8월 코펜하겐에서 모든 나라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국제여성의 날’에 관한 결의가 채택되고, 확대되어 나가면서 1922년부터 매년 3월8일에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하는 관행이 국제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성인권보호와 성평등 가치의 중요성을 주요한 국제사회가치로 존중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유엔은 1975년 3월8일을 ‘국제기념일’로 제정하였다. 이후 매년 ‘38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유엔사무총장의 기념축사를 통해 여성인권에 관한 유엔차원의 결의를 전 세계에 선포하고 있다.
1908년 3월8일 미국여성들의 행진을 기원으로부터 세계 각국과 유엔에서 진행하고 있는 ‘38세계여성의 날’을 중국 등 몇 개의 나라에서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여성들에게 꽃을 선물하며 전 국민적 축제로 만들고 있기도 하다.
한국여성대회
한국에서는 1920년 중반부터 열렸으나 일제의 탄압 속에서 명맥이 유지되지 못해 간헐적으로 진행되어오다 1948년 이후 사회적 격변 속에서 맥이 끊겼다. 이후 1985년 전국14개 여성단체들의 ‘제1회 여성대회’를 시작으로 1987년 한국여성단체 연합이 창립된 후 지금까지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38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는 한국여성운동의 성과를 공유하고 대중적으로 확산하며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 담아내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며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문화축제로 성장해 왔다.
2010년 38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 ‘여성의 한표로, 희망을 현실로’
올해로 26회를 맞는 ‘한국여성대회’를 앞두고, 100년 전 여성들이 외쳤던 생존권과 인권 그리고 성평등 문제를 다름없이 오늘, 우리의 차가운 현실로 만나고 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폭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 경제위기속에서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가는데 가장 먼저 해고되는 노동자는 여성이며, 모든 연령의 여성들이 취업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가정 내에서 육아나 가사노동의 1차 책임자 역시 여성이다. 함께 벌어야만 하는 어려운 살림살이에 맞벌이 가족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여성은 일과 가족생활을 모두 잘 해야 하는 슈퍼우먼이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 남성들은 과로사의 위협을 느끼며 세계 최장시간의 노동조건을 감내하면서 가족과 함께 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자유와 해방 그리고 귀하고 존엄함을 상징하는 보라색은 여성운동의 상징색이다. 매년 3월8일을 즈음하여 보라색과 함께 열리는 한국여성대회가 올해는 오는 3월6일 오후 1시부터 이화여대 대강당과 주변 거리에서 지방선거가 있는 해인만큼 ‘여성의 참여로, 희망을 현실로’를 슬로건으로 다채롭게 진행 된다.
친구, 가족, 동료들과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축제에 함께 참여하여 긴 겨울의 옷을 벗고 존엄한 자신을 확인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현실로 만들 약속을 하자. 그리고 오는 6월2일 지방선거에 투표할 것과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볼 것을 첫 약속으로 만들어 보자.
추위 속에 봄이 있음을 알고 먼저 나온 상사화새싹의 용기가 봄을 불러오듯 ‘38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1908년 여성들이 외쳤던 요구를 2010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쳐야 하는 슬픈 현실을 바꿔내자.
여성과 남성이 모두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함께 아이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사회, 빈곤과 폭력 없는 안전한 세상, 여성과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평등한 공동체는 이제 현실이 되어야 한다.
김금옥(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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