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노동의 대가에서 ‘10%를 삭감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주급으로 받던 원고료를 두 달간이나 못 받은 터여서 여기저기서 생활비를 돌려대고 있을 때였다.
‘그래, 이런 상황에 어찌됐든 돈이 나온다니 그나마 다행이지.’
이렇게 자위를 하며 나처럼 급여의 90%도 받지 못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원고료의 삭감이유가 적자 경영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이라니,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일 아닌가..!
고통분담!
참 아름다운 말이다.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한다니, 그거야말로 ‘큰 나눔’이 아닐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과 고통은 나눌수록 적어진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이라면 당연히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건 인간적인 의무이며 책임이고 상식이니까.
그러나 ‘고통분담’을 운운했던 그들은 상식의 뒷통수를 가멸차게 갈겨댔다.
정직원들의 급여는 단 1%도 삭감되지 않았고, 나 같은 프리랜서들의 경우에만 10%에서 25%까지 대폭 삭감조치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미안함을 표시하지 않았고, 실업자 350만 시대에 일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식이었다. 근로자이면서도 노조를 결성하기 어려운 프리랜서들의 약점을 십분 이용했던 것이다.
고통분담!
그 말 때문에 나는 원고료가 지급되지 않는 순간에도 정기 기부를 멈출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엔 힘없고 약한 자들이 더 고통스러운 게 사실이니까. 액수는 적어도 그저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너나없이 어려운 이 시기에 ‘나눔’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환숙(방송작가 KBS라디오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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