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에 꽃다발을 들고 졸업복을 멋지게 입고 운동장에서 사진을 찍고 가족들과 졸업식에 참석하여 활짝 웃는 졸업생들의 하얀 이가 찔레꽃처럼 예쁘다.
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활기를 여기서 느낀다.
저 젊음들이 거침없이, 걱정 없이, 기 꺾이지 말고,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야 할 텐데….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가슴이 답답할 때 나는 산에 오른다.
산 정상을 향해 묵묵히 걷다보면 실타래처럼 얽힌 머릿속 생각들이 하나둘씩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이제 주변에 나무들이 봄 준비를 하며 초록 물을 한껏 머금고 있다. 곧 개나리가 온 세상에 예쁜 노란별을 뿅뿅 뿌려 주겠지.
벌써 논둑에 민들레가 쑥 올라와 있다.
대단한 민들레다. 그 모진 겨울을 다 이겨내고 아직은 추운 초봄이건만 맨 먼저 땅 위에 당당하게 초록 잎들을 펼쳐놓았다.
지난 여름에 민들레 노란 꽃이 지천인 우리 집 앞 시골길에서 민들레가 위장에 좋다는 얘길 듣고 몇 뿌리를 캐서 개울물에 깨끗이 씻어 집으로 가져와 채반에 말렸다. 뿌리부터 줄기 꽃이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까지 모두 씻어 말렸었는데, 며칠 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직 꽃이기도 전인 그 꽃 봉우리가 번식에 위협을 느꼈는지 마치 하얀 솜을 덮어놓은 것처럼 꽃도 되지 않고 바로 민들레 홀씨로 변해서 날아가 씨를 퍼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민들레를 존경하게 됐다.
아! 저 강한 모성이여….
그 뒤부터 나는 우리 집 앞 잔디에 민들레는 잡초로 치지 않고 그대로 둔다.
잔디에 간간이 노란 민들레꽃이 섞여있으면 그것도 예쁘다.
예전에는 토종 민들레인 하얀 민들레가 대세였는데, 이제는 하얀 민들레는 귀하다.
우리 집 들어가는 입구에 슈퍼가 있는데, 어느 날 그 앞 공터를 지나가다보니 하얀 민들레가 몇 뿌리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꽃삽으로 몇 개 퍼와 우리 집 마루 옆에 심어놨는데 올봄을 지켜봐야겠다. 올봄에 하얀 민들레가 피면 그걸 우리 집 안에 퍼트려 볼 생각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까다롭게 뭘 바라지도 않고 아낌없이 주기만 한다.
그래서 더 고맙고 소중하다.
오늘 졸업식장에서 저렇게 활짝 웃는 젊음들을 보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저들이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우리 엄마들이 강한 민들레가 되자. 꼭 되자.
김미화(방송인, 한국여성재단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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