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처럼

홍보대사 2012. 9. 26. 18:57
아침 일찍 성균관대학교 졸업식이 있어 오랜만에 대학 교정을 걸었다. 
손에 손에 꽃다발을 들고 졸업복을 멋지게 입고 운동장에서 사진을 찍고 가족들과 졸업식에 참석하여 활짝 웃는 졸업생들의 하얀 이가 찔레꽃처럼 예쁘다. 
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활기를 여기서 느낀다. 
저 젊음들이 거침없이, 걱정 없이, 기 꺾이지 말고,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야 할 텐데….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가슴이 답답할 때 나는 산에 오른다. 
산 정상을 향해 묵묵히 걷다보면 실타래처럼 얽힌 머릿속 생각들이 하나둘씩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이제 주변에 나무들이 봄 준비를 하며 초록 물을 한껏 머금고 있다. 곧 개나리가 온 세상에 예쁜 노란별을 뿅뿅 뿌려 주겠지. 

벌써 논둑에 민들레가 쑥 올라와 있다. 
대단한 민들레다. 그 모진 겨울을 다 이겨내고 아직은 추운 초봄이건만 맨 먼저 땅 위에 당당하게 초록 잎들을 펼쳐놓았다. 
지난 여름에 민들레 노란 꽃이 지천인 우리 집 앞 시골길에서 민들레가 위장에 좋다는 얘길 듣고 몇 뿌리를 캐서 개울물에 깨끗이 씻어 집으로 가져와 채반에 말렸다. 뿌리부터 줄기 꽃이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까지 모두 씻어 말렸었는데, 며칠 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직 꽃이기도 전인 그 꽃 봉우리가 번식에 위협을 느꼈는지 마치 하얀 솜을 덮어놓은 것처럼 꽃도 되지 않고 바로 민들레 홀씨로 변해서 날아가 씨를 퍼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민들레를 존경하게 됐다. 
아! 저 강한 모성이여…. 
그 뒤부터 나는 우리 집 앞 잔디에 민들레는 잡초로 치지 않고 그대로 둔다. 
잔디에 간간이 노란 민들레꽃이 섞여있으면 그것도 예쁘다. 

예전에는 토종 민들레인 하얀 민들레가 대세였는데, 이제는 하얀 민들레는 귀하다. 
우리 집 들어가는 입구에 슈퍼가 있는데, 어느 날 그 앞 공터를 지나가다보니 하얀 민들레가 몇 뿌리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꽃삽으로 몇 개 퍼와 우리 집 마루 옆에 심어놨는데 올봄을 지켜봐야겠다. 올봄에 하얀 민들레가 피면 그걸 우리 집 안에 퍼트려 볼 생각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까다롭게 뭘 바라지도 않고 아낌없이 주기만 한다. 
그래서 더 고맙고 소중하다. 
오늘 졸업식장에서 저렇게 활짝 웃는 젊음들을 보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저들이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우리 엄마들이 강한 민들레가 되자. 꼭 되자. 

 

 김미화(방송인, 한국여성재단 홍보대사)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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