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짝’ 기부자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무지개 빛깔 이야기
기부자님들의 기부신청서를 보면 종종 ‘누구의 소개로 기부했다’는 분들이 있다.
나눔을 권하고 함께 나눔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지난 10월 25일, 이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짝 1호. 한정연&송민경. 일하며 만난 사이, 이젠 제일 친한 사이~
“직장 동료예요. 처음엔 서로 바빠서 쉽게 친해지지 못 했는데 일하는 걸 보니까 똑 부러지더라고요. 서로 그런 모습을 좋게 여기다 보니 점점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해지게 되었어요. 이젠 취미생활도 같이 즐길 정도에요.”
회사 동료로 만난 두 분은 사회생활을 하며 친구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서로에게 감사해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연이가 여성재단에 기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바로 그날 인터넷에 검색해서 기부신청을 했어요.” 월급에서 조금 기부하는 것뿐이라며 겸손해하는 정연님과 송민경님. 이들에게 나눔은 ‘친구와 함께 해서 더 좋은 일’이다.
짝 2호. 최형숙&최준서. 연인처럼 사는 모자커플
“엄마는… 영어를 잘해요.”
“엄마 영어 못하는데?!!!!! 중국여행가서 아이스크림 2가지 맛 주문에 성공했더니 그 다음부터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아요… 주문이요? 그냥 ‘믹스(mix)’ 라고 말했죠.”
연인처럼 산다는 최형숙님과 최준서군 두 모자는 매월 정기기부를 하며 매년 준서의 생일마다 돼지저금통을 재단에 가져온다. 매일매일 조금씩 모은 돼지저금통을 기부할 때쯤 깊은 고민에 빠진다는 최준서군. 그런 모습이 최형숙님은 마냥 사랑스럽다고 한다.
“제가 재단으로부터,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참 많은 도움과 응원을 받았어요. 당연히 나눠야죠. 통장에서 돈이 안 나간다 싶으면 재단에 바로 연락해요.” 나누겠다는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긴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보며 자라는 아이. 이들에게 나눔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일’이다.
짝 3호. 김수정&고복순.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라고 주장하는 그녀들
“알게 된 지 4년이 되었어요. 학교에서는 제가 교수지만 삶에서는 더 교수같고, 저를 잘 이끌어주는 언니 같아요.”
“김수정 교수님이요? 미모와 실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어요. 졸리다가도 교수님이 강의실에 들어오면 잠이 다 깬다니까요.”
서로를 칭찬하기 바쁜 모습이 자매같다. 이들은 사실 대학교 교수와 학생 사이.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가 100인 기부릴레이를 완주하는데 일등공신이다. 캠페인 경험이 좋았던 학생들이 나눔활동을 더 하자고 해 이젠 상하반기 나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목소리만 들으면 성악전공자로 착각할 정도인 고운 목소리를 가진 고복순님은 ‘목소리 재능기부’를, 김수정님은 ‘박영숙을만나다’ 도서를 구입해 참여자 전원에게 선물했다. 이들에게 나눔은 ‘또 해도 부족함이 없는 일’이다.
** ‘박영숙을만나다’ 도서 수익금은 姑 박영숙 선생님 추모사업비에 쓰인다.
짝 4호. 왕인순&안강숙. 오래 만나 이젠 믿고 가는 사이
“워낙 돕는 일을 많이 하는 친구라, 100인 기부릴레이에 참여하라는 말을 참고 참다가 작년에 말했죠. 그랬더니 이끔이인 저보다 더 열심히 하는 거에요. 덕분에 수월하게 완주할 수 있었어요.”
왕인순님이 숨은 이끔이로 꼽는 안강숙님은 구로삶터자활센터 어머니들 한 분 한 분을 직접 만나 나눔을 요청 드리고, 계좌이체확인증까지 챙겨 드렸다고 한다. 바로 신뢰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만난 지 10년이 넘었어요. 왕인순님은 자활센터 어머니가 운영하는 세탁소를 이사간 후에도 찾아와요.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요.”
사람들의 작은 나눔에도 소중해할 줄 아는 이들에게 나눔은 바로 ‘사람’ 자체가 아닐까 싶다.
나눔짝 기부자들의 이야기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을 띠며 반짝였다. 이번 모임을 계기로 더 많은 기부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가슴 벅찬 날이었다.
● 글/백경원(기획홍보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