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고사리손기금> 필리핀 보홀섬의 용감한 소녀들
인다이를 기억하시나요?
한국여성재단은 19세 이하의 아이들이 모은 <고사리손기금>으로 아시아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성폭력 피해로 시설의 보호를 받고 있는 필리핀 보홀섬 소녀들을 돕고 있습니다. 보홀섬의 소녀들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어린 나이임에도 공부를 하고싶은 마음이 아주 강합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인다이의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인다이는 법정에 진술하러 가는 날에도 학교를 빠지지 않았답니다. 인다이 외에도 많은 소녀들이 부지런히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소녀들의 이런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지난 9월, 용감한 소녀들을 만나러 BOHOL CRISIS INTERVENTON CENTER<BCIC>에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런 우리의 방문에 혹시나 상처받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소녀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시설 앞 공터에서 뛰노는 소녀들의 모습은 여느 한국의 어린이들과 다르지 않게 밝고 활기차 보입니다.
<공터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추는 소녀들의 모습>
아이들과 잠깐 공부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대화를 마치려던 찰나, 말없이 앉아있던 어린 소녀가 손을 들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일어났습니다.
우리에게 공부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어린 소녀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고나서 얼굴을 붉히며 주저앉았습니다.
모두가 그 소녀의 한마디에 잠시 침묵했습니다.
지닌 날, 인다이가 폭력피해를 법정에 진술하러 가는 순간까지 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함께 한 소녀들과 선생님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방에서 거주해야 하는 시설>
<학교마당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
<BCIC>는 적은 예산으로 정원보다 많은 소녀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지만, 폭력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심리적∙의료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워낙 시급하다 보니 전면적으로 교육을 지원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올해 한국여성재단이 지원한 <고사리손기금> 덕분에 아이들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사리손기금>으로 학교에 다니기 위해 필요한 학용품, 교복, 책가방과 우산, 교통비, 점심식비 등을 지원하였습니다.
Marilou E. Makinano 센터장은 '한국 어린이들이 저희를 위해 기부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여겨집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한국의 어린이들처럼 보홀의 어린이들도 커서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 보홀섬의 소녀들은 학교에 다니는 것 외에 제빵기술, 컴퓨터기술 등을 배우며 경제적으로 자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센터를 떠날 때 도움이 되도록 가방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 가방은 소녀들이 직접 만든 가방으로, 가방의 판매금액은 소녀의 자립 비용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소녀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가방이기에 더 예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보홀섬의 소녀들이 만든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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