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믿기지 않습니다.

며칠 전 병문안 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모르고 금방 일어나시면 그동안의 활동들을 후배들이 잘 알도록 기록하고 또 남겨야지 했는데 너무나 허망합니다.

곁에서 지켜 보면서 열정적이면서도 그렇게 품위있게 운동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뵙던 날, 선생님은 당신이 필요한 자료들을 손수 복사하시고 계셨습니다. 제가 하겠다고 말씀드리자, ‘힘든 일도 아니고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인데 이런 일은 내가 해야지, 당신들은 더 중요한 일들 해야지’ 그때부터 선생님은 저의 친구들에게 자랑거리였습니다.

선생님!

살아가면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가까이 가게 되면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들에게 실망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 반대였습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존경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4대강이나 새만금 현장에 가장 먼저, 가장 앞에서 함께 계시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어 주셨습니다. 워크숍이나 공부하는 자리에도 가장 열심히 참석하셔서 게으른 저희들을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선생님!

저는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하는 활동들을 처음에 못 마땅하게 여기셨습니다. 그러나 박영숙 선생님의 활동들을 보시면서 그런 분과 함께 하는 곳이라면 그 뜻을 이어서 열심히 하라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렬한 지지자가 되셨습니다. 지금은 저 뿐만 아니라 저희 부모님께도 선생님은 존경과 자랑의 대상이시기도 합니다.

선생님!

저는 몽당연필만 보면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연필을 손수 깎고 볼펜에 끼어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쓰시는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삶과 일치하는 운동의 모습들을 직접 보여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그렇게 저의 아니 우리의 큰 언덕이자 감히 닮고 싶은 분이자 자랑이셨습니다.

선생님!

전 아직 선생님의 영전에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더 길어지셨을 텐데 어서 보내 드리자 하면서도 아직 선생님의 삶과 생각들을 담지도 못했는데....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삶과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당신을 보내 드리게 되어 죄송하고 속상합니다.

선생님이 일궈 오신 것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 생애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행운이고 축복이고 큰 선물이었습니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아름답고 멋졌던 우리 박영숙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걸으셨던 생명과 평화와 평등을 위한 그 길,

절망하지 말고 끝까지 용기 잃지 말고 열심히 활동하라 하신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부족함 많은 후배지만 그 뜻을 따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평화롭게 가세요.

사랑합니다.

선생님께서 강선생이라고 부르셨던 희영이가 드립니다.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강희영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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