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기부자님] 딸들에게 희망을 2015년 4호_100인기부릴레이 정기기부자 김경심님
여성재단이 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죠
김경심님에게 한동안 중단된 기부를 다시 요청한 날, 그는 기부수락과 함께 ‘더운 날 고생 많으시죠?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외된 여성위해 애쓰고 계신 것에 감사인사를 드려요’로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한낮 소나기가 지난 간 듯 시원함을 전해준 그를 만나러 익산으로 향했다.
반가운 얼굴로 맞아준 김경심님은 얼굴가득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더위를 잘 탄다며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는 근처에서 맛나는 식당을 수소문했다. “군산에서 이곳 익산으로 이사온 후 통장을 바꿨는데, 잔고가 없었던 모양이에요.” 라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이사오기 전 군산에 있었다고 하니 그럼 고향이 군산이신가요? 아니요, 경주예요. 그럼 일하셨다는 사회복지기관은요? 막달레나의집이에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여성재단과 인연의 첫 지점을 찾아 헤맸다. 그는 30대에 서울 막달레나의집에서 일하며 여성재단 모금워크숍에도 참여했던 활동가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가 살아오는 동안 진한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여성재단이 하는 일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기부도 시작했다.
마흔, 우울증과의 전쟁
뜨거운 햇볕을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김경심님은 요즘‘우울증과의 전쟁’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큰앙 낳고 100일만에 군산으로, 그리고 둘째 낳고 한달도 안되어 익산으로 남편따라 이사를 했다. 동네 엄마들과 조금 친해질만하면 그는 떠나야했다. 평소 명랑하던 그는 모든 게 우울하기만 했다. 경제도 안 좋고 계속된 이사, 세월호사건 등 반복된 그의 일상, 그를 둘러싼 안팎의 크고 작은 일들로 김경심님은 깊은 물속에 잠기듯 우울이 깊어졌다.
그 우울을 끝내려고 용기를 냈다. “작년, 대출받아 아파트를 마련한 후에 7년 만에 직장도 구했어요. 그런데 3개월 만에 그만뒀어요.” 간호조무사자격증을 가진 그가 병원에 이력서를 내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형성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게 약이 되었던 거 같다. 그새 불어난 몸, 건강을 위해 그가 선택한 건 아침조깅. 아파트단지를 벗어나면 논들 사이로 쭉 뻗은 길을 그는 아침에 땀 흘려 뛴다. TV를 켜는 대신 라디오를 켜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 책을 읽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사진을 찍고 오가는 문자들 속에 사진도 함께 전송했다.
마흔을 보내는 또 하나의 일도 구상중이다. 내년에는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공부와 자격증을 딸 계획도 세웠다. “생각해보니 올해 제가 마흔하나에요. 예전에 꿈꿔왔던 걸 하나씩 실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오랜 꿈은 자선사업가다. “어릴 때부터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서울에 와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데 돈을 구걸하는 걸인을 본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계속 외면하는데 저는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다음날 출근 때 미리 몇 천원을 챙겨 쥐어드리기도 했어요.” 막달레나의 집에 있을 때는 평생 성매매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이옥정대표의 활동과 삶도 감동스럽게 그의 가슴에 담겨있다.
그래서 올해로 30주년이 되는 막달레나의 집의 후원회원으로 계속 인연을 맺어왔다. 돈을 벌어 어려운 청소년들, 소외된 이들을 돕고 싶다는 그의 꿈이 언제쯤 빛을 낼까 기대된다. “늦은 공부가 좋은 점도 있더라구요. 만학도지원장학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소중히 여기고 존경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
“최근에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지만 보통 아파트를 청소하거나 경비하는 분들을 낮춰보는 경향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분들을 만나면 수고하시라고 꼭 인사를 해요. 그러면 그분들도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웃으면서 답인사를 해주세요. 아이들에게도 꼭 인사를 시키죠.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을 하는 그분들이 누구에게 멸시당할 이유는 없잖아요. 낮은 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소중히 여기고 존경하는 마음도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경심님은 하루하루가 빠르고 넘쳐나는 시대지만 다른 한편 부족해지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예의는 꼭 간직하겠노라 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아이들을 마중하러 나서며 그는 다시 폭염 속을 걸어간다. 여전히 아이들과의 전쟁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지만 조깅으로 다져진 몸과 마음이 넉넉하게 품어줄 것이다. 언젠가 소외된 사람들의 곁에 든든히 서 있을 그와의 만남을 또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