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인천의 한 주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3남매와 함께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리는 막다른 선택을 한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은 가출하고 아이들 셋 때문에 돈벌이마저 어려웠던 이 주부는 카드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고 그날그날의 끼니와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었으나 남편이 처분하지 않은 중고차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도 없는데서 절망한 것이다.

 

경찰청 자살통계에 의하면 빈곤으로 인한 자살은 2000년 454명, 2001년 525명, 2002년 600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자살자의 직업 분류에서 보면 무직자와 가정주부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이론적 논의에서 보면 여성가구주가 빈곤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가구주 가구의 비율은 1962년 12.9%에서 1990년 29.4%에 이르고 있으며 그중 빈곤층 여성가구주 비율이 1970/1973 1.68배에서 1990/1991년 2.16배로 증대되어 여성의 빈곤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여성의 빈곤화는 세습된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교육수준이 낮고 전문적인 기술이 부족한데서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결과적으로 빈곤여성 가구주는 자녀교육은 물론 노인부양 문제, 가족원의 건강문제 등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빈곤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는 확률이 높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린 자녀들이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죽임을 당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 ‘인천사건’ 며칠 뒤에 대구에서는 어머니가 중학생인 딸에게 집 안방에서 매춘을 강요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미래세대의 인권이 말살되는 현상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빈곤탈출의 희망이 없는 어린이의 수는 9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고 한다. 큰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는데서 밝은 전망을 하기 어렵다. 정부의 대책은 불충분한데 민간대책은 전무하다는데서 사회적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눈앞에 두고 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여성재단에서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최근 본재단이 <여성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모임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러한 노력의 현실화는 정부뿐만이 아닌 사회전체의 협력으로만 가능하다. 빈곤의 악순환의 탈출구는 찾아야만 한다.

참여정부는 지향하고 있는 ‘2만불 시대’를 성취하기 위해 경제의 파이를 크게하는데 주력하는 일과 함께 사회적 약자중에서도 약자인 기댈 곳 없는 빈곤여성들의 화급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03-08-27] 여성의 빈곤화 어떻게 할 것인가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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