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여자로 태어났다면 (남자인)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요?'

 

 31년전, 더스틴 호프만의 눈물

 

 

 

한국여성재단 인턴 / 김유리

 

 

얼마 전 친구가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의 영상을 보내주었습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31년 전 호프만을 인터뷰한 영상으로, 호프만이 1982년에 주연을 맡은 영화 '투씨(Tootsie)'의 제작 후기였습니다.

 

영화 투씨는 무명 영화배우 마이클 도어시가 TV 연속극 배역을 따내기 위해 여장을 하고 오디션에 응했다가 프로듀서의 마음에 들어 채용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배우의 삶을 살게 된 도어시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독립적인 강한 여인상의 연기를 훌륭하게 하며 여배우로서의 인기를 높이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여배우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이 여장 남자임을 고백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더스틴 호프만은 이 영화가 자신에게는 한 번도 코미디인 적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 호프만은 분장팀에 자신을 완벽한 여자로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여장을 한 것인지, 실제 여자인지 모를 정도가 되어야만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분장 후 자신의 모습을 본 호프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매력적이지 않아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자신이 여자라면 당연히 아름다워야 하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장팀에게 자신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 모습이 최선이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호프만은 참담한 심정으로 집에 돌아와 부인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매우 흥미로운 여성이지만, 만약에 파티에서 자기 자신을 만났다면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을 정도로 육체적으로 아름답지 않아서 말을 걸지 않았을 것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외모 지상주의에 세뇌되어서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멋진 여성들을 만났음에도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호프만이 투씨 제작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제대로 있지 못하는 호프만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투씨의 시나리오 작가 머레이 시스갈은 ‘만약 당신이 여자로 태어났다면 (남자인) 지금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신이 여자라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과는 다른, 본질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삶의 차이에 대한 질문입니다. 많은 점이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남성들보다 엄격한 외모에 관한 잣대가 적용됩니다. 여자라면 예쁘고 날씬한 것이 당연한 우리 사회에서 호프만의 인터뷰 영상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31년 전, 더스틴 호프만의 인터뷰 영상>

 

Posted by 한국여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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